나카노에 있으면 또 좋은게 타카오 행 중앙선 방송이 자꾸 나와... 7번홈에 타카오행 중앙선 열차가 도착합니다 막 이런... 혼자서 막 모에하고 있네요ㅋㅋㅋㅋㅋㅋ 타카오산의 산신 타카오랑 나무정령 미도리마 고녹도 좋을거같고
미도리마가 어떤 나무 하나에 깃든 정령이 아니라, 이름이 인간도 아니고 녹간ㅋㅋㅋ이니만큼 산에 살고 있는 모든 식물을 다 대표하는 신급 정령이었으면. 미도리마가 있는 곳마다 식물이 번성하는데 여기저기 떠돌며 살다 타카오산에 정착한거면 좋겠다.
미도리마가 찾아왔을 당시 타카오산은 황량한 상태였다든지. 타카오산의 산신님은 아직 태어난 지 얼마 안돼서 쬐끄만 상태고. 개인적인 취향으론 '미도리마'라고만 불리던 신록의 정령 미도리마에게 이름을 준 건 초록색 잎을 붉게 물들이는 가을의 신 아카시.
신록의 정령 미도리마는 가을엔 머리끝이 살짝 빨강+노랑으로 물들고, 겨울엔 머리끝이 흰색으로 물들면서 동면상태에 들어가면 좋겠다. 헤이안 시대st 기모노 입고 다니는데 계절 따라 무늬 바뀌고. 신록이 우거지고 동물들도 많이 모여들게 되면서 타카오산의 산신님도 점점 힘이 강해지고 크게 성장하고ㅋㅋㅋ 어릴 때는 일단 신록의 정령을 오래 잡아둬서 산세를 안정시키고 성장시키려는 의도로 일부러 친한 척한 거였는데, 점점 미도리마가 진짜로 마음에 들게 됐다는 클리셰로 흘러가면 좋겠습니다
어제 잠들려고 누웠다가 생각났던 썰이 지금 떠올랐다. 인사를 다해서 타카오를 짝사랑하는 미도리마가 보고 싶다. 내 안의 미도리마는 일단 마음을 자각하면 대체적으로 이 둘 중 하나임.
1.인사를 다해 부딪쳐본다
2.인사를 다해 상대방을 좋아하기만 한다.
1번과 2번을 가르는 기준은 미도리마가 '사랑'을 어디까지로 보고 있느냐임.
마음을 고백하고 상대방과 이어지고 둘이서 함께 걸어가는 행복한 미래인 경우 1번, 단순히 상대를 좋아하는 자신의 마음으로 생각한다면 2번
어느 쪽이든 자기 마음 자각이 늦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1번리마(?)는 자각하는 순간부터 길일을 잡아 고백 준비를 할 것 같고 2번리마는 겉으론 아무것도 안 드러나겠지. 이 소재로 1RT당 이야기잇기할까 했는데 어차피 알티랑 상관없이 썰풀 것 같아서!
니네 진짜 사귀는 거 아니냐?
같은 반 남학생이 이런 말을 꺼냈을 때, 언제나처럼 미도리마를 위해 준비한 오시루코를 꺼내놓고 그를 향해 돌아 앉아 시덥잖은 장난을 치던 타카오는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렇잖아, 여친한테도 그렇겐 안 하겠다.
타카오는 실실 웃으면서 농담처럼 대꾸해주다가, 좀 도를 넘은 드립이 오가자 정색을 하며 그만두라고 함. 이 때까지만 해도 미도리마는 타카오를 좋아하지 않았음. 정확히는 그런 마음이라고 자각하지 못했음.
슈토쿠 농구부 스타멘이자 자신의 파트너가 아닌, 교실에서의 타카오 카즈나리는 매우 평범하고 사교성 좋은 학생이었음. 같은 반 친구들과 그라비아 잡지를 돌려 보거나 중학교 때 여친 이야기, 소개팅 이야기나 전교 미녀순위 같은 시덥잖은 화제로 불타오르는.
행동거지가 나긋나긋한 남자 고문 선생을 두고 좀 짓궂은 남자애들이 호모 아니냐고 낄낄거리며 비하적인 농짓거리를 던질 때도 적당히 추임새를 넣으며 화제에 어울리던 타카오의 평소 모습을 보면 누구라도 '호모포비아일 수도 있는 이성애자'라고 판단했을 거임.
당연하게도, 자신의 마음을 자각한 미도리마도 그렇게 판단했음. 우선은 스스로가 게이인가에 대한 확신조차도 없었음. 이게 '사랑한다'는 마음인가? 미도리마는 타카오와 함께 있는 것이 좋았지만 함께 있기만 해도 대책없이 가슴이 뛴다든가 소유하고 싶다든가 보면 가슴이 녹아내릴 것 같다는, 소설에서 흔히 묘사되는 그런 감정은 아니었음. 물론 달콤한 설렘이 아주 없는 건 아니었지만 이 모든 감정의 기반에 있는 것은 탄탄한 신뢰였음. 모든 것을 믿고 맡겨도 불안하기는커녕 오히려 안심이 되는 그런 마음.
그렇기 때문에 그 신뢰를 스스로 깨고 싶지 않았음. 어차피 들어가지 않을 슛을 쏘고 싶은 마음도 없었음. 타카오에게 애인이 없는 지금 그는 타카오에게 가장 가까운 타인이었음. 적어도 미도리마는 그렇게 판단했음. 그가 할 수 있는 인사는 자신의 안에서 이 감정의 파도가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뿐이었음. 가끔 파도가 너무 거칠게 몰아칠 때면 평소와 달리 싸늘한 표정으로 그들의 관계를 부정하던 타카오의 표정을 떠올리며 억지로 물살을 잠재우곤 했음. 약간의 욱신거림과 씁쓸함은 덤이었음.
아... 기묘한 이야기st 고녹이 보고 싶다. 어느 날 타카오가 일어나서 미도리마 마중가려는데 늘 대놓던 곳에 챠리어카가 아니라 자전거만 있는거. 어떤 미친놈이 리어카만 떼어간www하고 당황했지만 우선은 지각을 면해야 하니 도보로 미도리마네까지 뛰어감
근데 늘 자기 나올 시간쯤 딱 맞춰나오던 신쨩이 10분을 기다려도 나올 생각을 안하는 거. 전화를 해볼까 하려던 때 타카오는 신쨩 동생이 집을 나서는 걸 봄.
저기 ㅇㅇ쨩, 신쨩 아직 집에 있어?
타카오가 말을 걸자 여동생은 약간 당황하면서 대답함.
저...누구세요? 그리고 신쨩은 뭐죠?
...? ㅇㅇ쨩 장난도wwww 너희 오빠 미도리마 신타로 군 말야. 혹시 먼저 갔어?
미도리마와 눈매가 닮은 여동생은 눈썹을 찡그리며 대답함.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네요. 전 오빠가 없는데요.
타카오는 잠깐 고민했음. 오늘이 4월 1일이었던가? 그게 아니면 오하아사에서 없는 사람 취급을 당하면 길하다고 나왔다든지? 아니 오늘 게자리 오하아사에 그런 내용은 없었는데. 고민하는 사이 여동생은 쌩하니 가버렸고, 타카오는 신쨩이 먼저 등교했겠거니 하고 찝찝한 마음을 안고 학교에 감.
교실에 들어선 타카오는 우선 미도리마의 자리를 확인했음. 자리는 아직 비어있었음. 그때, 모브1이 숨을 몰아쉬며 미도리마 자리에 가방을 털썩 던지고 앉음.
아-지각할 뻔했다w
...? 너, 내 옆자리였잖아?
뭔 소리야, 학기 시작하고 계속 이 자리였구만.
...그럼 미도리마는?
?? 그게 누군데?
타카오는 그제서야 뭔가 크게 잘못됐단 걸 깨닫고,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3학년 교실에 쳐들어감. 미야지와 오오츠보와 키무라의 반응은 제각각이었지만 대답은 같았음
미도리마 신타로라는 사람은 이 세상에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이었음.
기적의 세대는 원래 네 명이었음. 슈토쿠는 기적의 세대 영입에 실패하여 왕자의 이름이 무색하게 인터하이와 윈터컵 예선에서 탈락하고, 3학년들은 수험공부에 매진하고 있었음.
미야지는 수험스트레스로 돌아버릴 것 같은 게 누군데 3학년 교실까지 쫓아와서 헛소리냐고, 경트럭이 아니라 5톤트럭으로 쳐버리겠다고 짜증을 냈고, 키무라는 청과상에 5톤트럭까지는 없다고 태클을 걸었음. 오오츠보는 정말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양호실을 권했음
타카오는 양호실 의자에 멍하니 앉아서 1교시를 보냈음. 신쨩이, 미도리마 신타로가 없는 사람이라고? 그럼 내가 한 학기를 함께 보내고, 패스 연습을 함께 하고, 챠리어카를 함께 탔던 기억은 다 뭐지? 내가 미친 건가? 그게 다 내 망상이었나?
휴대전화를 꺼내서 주소록을 아무리 뒤져봐도 '미도리마'는 없었음. 외워둔 번호로 전화를 해봐도 없는 국번이라는 딱딱한 기계음이 흘러나올 뿐이었음. 당장 어제 주고받았던 주말약속 메일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음.떨리는 손으로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다가 바지주머니 안쪽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감촉에 정신이 듦. 뭔가 해서 주머니에서 꺼내보니 핑크색 방울이 붙어 있는 열쇠고리였음. 이건 분명히 신쨩이 자기에게 어제 준 전갈자리 럭키 아이템이었음. 그걸 쥔 순간 타카오는 자기가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알았음.
이렇게 세상에서 행방불명된 미도리마를 유일하게 기억하고 찾아내려 고군분투하는 타카오의 이야기가 보고 싶습니다...하지만 오늘은 밤이 깊었으니 타카오야스미도리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