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 @epeseir 6월 16일
타카오 신입일 때랑 미도리마 예과생일 땐 둘 다 토할 것 같이 바빠서 겨우 핸드폰 메일이나 시간차로 보내다가도, 어찌어찌 시간내서 만나면 별 특별할 것 없이 밥먹고 차마시고 영화보고 노닥거림. 근데 그러면서 서로 치유받는 느낌이면 좋겠다
그리고 타카오는 자리 좀 잡으면서 어느 정도 자기 스케줄은 조정할 수 있게 됐는데, 미도리마는 한참 전에 교수 테크타도 이상하지 않을 놈이 너무 인사를 다해서 영화 보다가도 응급콜 오면 병원 돌아가야 하고 주말도 없고 해서 타카오가 피곤했음 좋겠음
원래 친화력 쩔어주고 외향적인 타카오지만 일로 몇 년이고 빡세게 치이고 나니까 시간 쪼개서 만나는 사적인 만남에서까지 일방적으로 상대방에게 맞춰주는 건 피곤하다...라고 혼자 터덜터덜 집에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하는거임. 이제 그만둘까, 하고.
그리고 나서 순간 푸흡하고 오랜만에 예전같은 표정으로 웃음을 터트림. 아니 뭘ww그만둬www애초에 뭘 시작했다고www 길바닥에서 누가 보건 말건 낄낄 웃으면서 타카오가, 한참 전에 시작해서 이미 멈추기엔 늦어버린 자기 마음을 그제야 자각하면 좋겠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피로감은 신쨩 오프에 맞춰서 만날 약속을 잡고 뭘 할지 고민하고 신쨩이 좋아할 식당을 찾고 약속장소로 가는 길에 오시루코 한 캔을 사고 얼굴을 보고 있는 동안엔 하나도 느껴지지 않다, 미도리마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에야 밀려왔었음
그건 피로가 아니라 진득한 그리움이었음. 나중에 술자리에서 누가 "결혼은 여자친구랑 재미있게 밥먹고 놀고 이제 좀 쉬고 싶은데 여친이 집에 안가는 거래요ㅋㅋㅋ"같은 농담하면 "아...그거 좋겠다..."하고 무의식중에 중얼거리면서 신쨩을 생각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