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썰의 미도리마랑 아카시는 정혼 상태임. 어렸을 때부터 집안끼리 알고 지냈고 둘의 정혼은 집안 대 집안의 비지니스였음. 아카시 집안은 예전부터 손이 귀했고, 아버지가 아카시와 격이 맞을 만한 집의 오메가를 미리 밭떼기로 찜콩해둔 거.
근데 둘 사이는 건조하기 그지없음. 물론 서로가 서로에게 격이 맞고 잘 어울리는 친구라는 점은 둘 다 인정함. 하지만 섹슈얼 텐션? 뭐죠? 매력? 먹는 건가요? 그리고 둘은 집안 간의 거래와 별개로 맺은 조약이 있음. 서로의 연애에 대해 터치하지 말것, 그리고 애 하나 낳고 나면 깔끔하게 이혼하기. 사실 아카시 가에서 바란 건 좋은 환경에서 자라고 튼튼한 유전자를 가진 오메가였음. 미도리마 가도 못 사는 집은 아니었지만 아카시 가가 가진 것에 비해서는 새발의 피여서 애만 얻고 나면 아쉬울 게 없었음.
근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함. 사춘기 때 아카시가 베타로 발현하기 시작한 것. 능력도 집안도 인물도 상알파인데다 혹시라도 잘못 발현할까봐 주변인들도 죄다 알파로 깔아놨는데, 잠복해있던 베타 체질이 뙇 하고 나타나 버린 것임.
하지만 아카시는 어릴 때부터 공식석상에 여러 번 얼굴을 비췄고, 아카시 가의 자랑스러운 후계자, 패배를 모르는 알파 중의 알파로 알려진 상태임. 그리고 아카시 가에서는 정정 발표를 하는 대신, 아카시에게 알파 호르몬을 주입해서 억지로 형질을 바꾸려 함.
그리고 이 일은 정혼 상대인 미도리마 가에는 물론이고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고 극비로 진행함. 그 과정에서 보쿠시와 아카시가 분리되게 되고, 아카시의 성격이 비틀리게 된다든가. 모든 것에 승리하는 '나'이기 때문에 아카시 가에도 승리해 주겠다고.
아카시는 호르몬요법을 받는 동안 미도리마와 전혀 만나지 못했음. 어렸을 때부터 오메가였던 미도리마라면 인공적인 호르몬요법으로 엉망이 된 아카시의 상태와 베타인 아카시의 본질을 쉽게 알아차릴 것 같았기 때문이고... 표면상으로는 외국 유학이려나
그렇게 둘 다 성인이 되고, 정해진 대로 대학 졸업 후 둘은 결혼하게 됨. 식도 없고 크게 알리지도 않고 그냥 집만 서로 합친 거고,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설렘이고 뭐고 없었음. 그리고 첫날밤 아카시가 말함. 난 너랑 관계할 생각이 없어.
미도리마는 순간 자기가 뭔 소릴 들었나 했다가 다음 순간 분노함. 오메가로서의 자존심 이딴게 아니었음. 이 결혼엔 조건이 있었음. 첫 아이 출산 전까지는 아카시 가에서 모든 생활을 부족함 없이 원조해주는 대신,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일을 못 하는 조건
미도리마는 이미 레지던트 시절부터 천재로 불리는 외과의였고, 남들의 수배 이상을 노력해서 자신의 커리어를 쌓고 있었음. 젊은 시기의 커리어 단절이 달갑지 않았지만 집안 간의 혼사는 기왕 결정된 일이고, 애 하나 빨리 낳아주고 업무에 복귀할 생각만 하고 있었는데 아카시 이놈이 뭐라고?가 된 거임. 아카시는 아카시대로 불안정한 반쪽 알파로서 오메가를 임신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이놈의 진절머리나는 가문에 자기 피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애로 대를 이어서 복수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음.
아카시는 후자 쪽의 사정은 생략한 채 자신의 현재 상태, 그리고 노팅 및 임신 불확실성에 대해 설명을 했음. 미도리마는 그 이야기를 듣고 어느 정도 현재 상황을 납득했음. 그렇다고 아무 알파와 노팅을 하고 임신을 할 수는 없는 일이었음. 고민을 하다 병원에 기증된 알파 정자 중 하나를 살짝 빼돌려서 착상을 시키기로 함. 원래 불임가정이나 베타X오메가, 오메가X오메가 등의 소수자 가정에서 사용하기 위해 기증받은 정자였기 때문에 사용하면서 꺼리낌이나 죄책감이랄 것도 없었음. 미도리마의 인사를 다한 인공착상 덕분에 임신은 쉽게 되었고, 출산 후 아카시와 미도리마는 쏘쿨하게 살림을 갈라섬. 태어난 아이는 미도리마를 많이 닮았지만 신기할 정도로 큰 애착은 느껴지지 않았음. 그리고 미도리마는 대학병원에 취직해서 일하게 됨.
특별할 것 없던 어느날, 미도리마는 이상한 기분에 문득 당직실에서 눈을 뜸. 자기도 모르게 발걸음을 옮긴 곳은 환자들을 위한 옥상정원이었음. 거기엔 와이셔츠를 걷어붙이고 서류더미로 팔랑팔랑 부채질을 하는 경박해 보이는 남자가 있었음. 아, 덥다 더워. 비리비리한 나무 밑의 손바닥만한 그늘 밑에서 쉬던 남자와 눈이 마주친 순간 미도리마는 깨달음. 너였군. 난 네 씨를 품었던 거군.
타카오는 1도 모르는 상태에서 혼자 노팅당한 미도리마가 보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타카오를 보고 난 뒤엔 힛싸 때 약을 먹어도 개운하지가 않고 자꾸 타카오가 생각나는데, 타카오는 미도리마가 이미 딴 알파한테 노팅당한 오메가라고 생각하고.
그도 그럴 것이 아카시는 여전히 미도리마와 왕래를 하면서 지내고 있고, 한동안 같이 산 것도 있어서 아카시의 알파 호르몬이 미도리마에게서 많이 풍긴다든가... 이 썰의 타카오는 능력있는 제약회사 영업사원이라 미도리마네 병원 자주 드나들면 좋겠다
사실 아카시 호르몬... 인공투여된 호르몬이라 더 강력하고 이질적인 느낌이라고 치지여ㅇㅇ 이 호르몬을 한꺼풀 걷어보면 미도리마는 이미 타카오에게 노팅된 상태라 타카오도 자꾸 근본없는 호감을 느끼고 딴 볼 일 없어도 미도리마를 찾아오게 된다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