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녹파는 K @epeseir 9월 11일
그리고 휴가를 기념하여 깼다가 다시 잤는데, 아스팔트가 부스러져서 만들어진 새까만 모래가 끊임없이 펼쳐지고 하늘은 찌푸러든 회색인 사막에서 타카오가 발 푹푹 빠진다고 혼잣말로 잔뜩 툴툴대며 고물을 주우러 다니는 꿈을 꿨음.
가도가도 끝이 없는 무채색의 세상에서 이질적이고 선명한 녹색이 눈에 띄었음. 타카오는 그 빛에 끌려 자기도 모르게 다가감. 한 번도 본 적 없는 브랜드의 냉동수면용 콕핏이 반쯤 열려있고, 그 사이로 삐죽 튀어나온 녹색 머리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음.
저기~
...
저기 이봐요? 여보세요? 죽었나? 살았나?
...
타카오는 묵묵부답인 녹색의 코 끝에 귀를 갖다대 보았음. 호흡이 없었음.
아..역시 못 깨어난 건가. 하긴 여기 생명체반응이 사라진 지가 벌써 몇십년이데. 시체 구경도 이젠 지겨워www
타카오는 실망하며 몸을 일으켰음.
안녕 이름모를 녹색 시체씨, 오랜만에 색이란 걸 보여줘서 고마웠어요w
...누가 시체라는 거냐.
으힉?!
돌아선 타카오의 등 뒤에서 말소리가 들렸음. 타카오는 깜짝 놀라 들고 있던 고철을 떨어트림.
우와 뭐야? 너 방금전에 호흡 없었는데?
...글쎄
장기도 있고 피부도 말랑말랑하고...안드로이드는 아닌거 같은데, 너 어디 사람? 수면연도라든가 기억나?
그만 만지란 거다.
녹색은 타카오 손을 쳐내며 미간을 찌푸림.
기억이...나지 않는다는 게야.
괜찮아괜찮아w 냉동수면 후유증으로 기억이 깜박깜박하는 건 상당히 흔한 일이니까ww
...그런가.
그리고 어차피 수면 전 기억이 있어봐야 소용없을걸?
...무슨 뜻이냐는 거다.
지금 이 세상에 살아있는 사람은 너밖에 없으니까www
녹색은 혼란스러운 눈빛을 타카오에게 보냈음.
그러면 넌 뭐냐는 거다.
나? 슈토쿠 연구소에서 개발한 3050년형 인명구조용 안드로이드 SHUTOKU-HE10-1121TK00. 박사님이 붙여주신 이름은 타카오 카즈나리. 잘 부탁해, 마지막 인류 씨!
타카오는 원인모를 별의 사막화가 진행되던 단계에 사막에서 인명을 구조하여 무인정거장을 이용해 새로운 별로 사람을 나르기 위해 만들어진 안드로이드였음. 그래서 사람을 좋아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걸 좋아하도록 프로그래밍되었음. 그게 타카오에겐 독이었음.
건물도 차도,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건 1500년 전의 석조건물이건 인류가 이룩한 모든 것들이 검은 모래에 침식되어갔음. 약속된 땅으로 떠나는 우주선에 오르지 못한 사람들은 실낱같은 희망을 걸고 냉동수면장치에 몸을 맡김. 물론 그 장치도 곧 침식되었음.
곧 무인정거장의 로켓 발사장치도 침식되어 고장이 났음. 타카오는 이제는 스스로 살아갈 연료를 만들기 위해 사막을 헤매기 시작했음. 검은 모래에 침식되어 삭아내린 안드로이드의 잔해에서 연료를 받아내며, 그는 때때로 자신은 왜 침식되지 않는지 고민했음
뭐 그래도 덕분에 이렇게 마지막 인류 씨도 만났으니까! 이름은 뭐야? 아...기억 없다고 했지. 혹시 신분증은? 소지품 가지고 있는 건? 장치에 혹시 안 써있으려나?
타카오는 들떠서 녹색이 누워있던 장치를 살폈음. 막 검은 모래로 녹아내리던 이름표에서 겨우 Shint 라는 글씨만 읽어낼 수 있었음.
음... 그럼 신쨩인 걸로!
그 경박한 호칭은 뭐냐는 거다. 기억은 없지만 내 이름은 그게 아닌 것 같다는 거다
그리고 아까부터 느낀 거지만 신쨩
뭐냐
그www말투www이상해 뭐야wwww
...ㅁ"-ㅁ
어쨌든 꿈은 뭔가 느낌적인 느낌으로 이런 낌낌이 낌서였고 뭔가 뒷이야기가 휙휙 지나가서 정리하기가 힘들다... 결론은 해피엔딩이었음 우선 제 정줄을 제대로 잡은 뒤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라임페퍼(@Lime_Pepper)님이 그려주신 만화
https://twitter.com/Lime_Pepper/status/6423608011483340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