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amido_SS

어느 오하아사 신자의 평범한 일상 - 조각글2

Info_K 2015. 8. 23. 21:10

"미도리마 씨... 맞져? 아오미넷치랑 같은 반인." 


복도를 걸어가던 그를 익숙한 목소리가 불러 세웠다. 키세였다. 


"그렇다만, 무슨 일이냐는 거다." 

"아오미넷치 좀 불러주시겠슴까? 오늘 ○○ 중학교랑 연습시합이 있어서 지금 출발해야 할검다." 


○○ 중학교와의 연습시합이라면, 원래는 신타로가 2군 멤버들과 출전하기로 되어 있었던 시합이었다. 신타로가 없는 이쪽에서는 아오미네가 나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된 모양이었다. 미도리마는 책상에 엎드려 세상 모르게 잠을 자고 있는 아오미네의 등을 보며 짧게 한숨을 쉬고, 키세에게 가볍게 물러나라는 손짓을 했다. 


"...잠시 기다리라는 것이다." 


그의 성별이 바뀌면 그를 둘러싼 세계 역시 변했다. 

미도리마 마코토는 테이코 여자 농구부 주장이다. 마코토는 남자 농구부 1군들과 경기를 같이 하거나 친분을 쌓을 만한 계기가 없었다. 따라서 키세는 신타로를 미도리맛치라고 부르며 멋대로 친한 척을 하지만, 마코토와는 이름과 얼굴을 겨우 아는 정도인 데면데면한 사이였다. 쿠로코, 무라사키바라나 하이자키와도 마찬가지였다. 그나마 같은 반인 아오미네에게 마코토는 귀찮은 잔소리쟁이 여자 정도로 인식되는 듯했고, 오히려 아오미네를 보러 자주 반에 드나드는 모모이와는 같은 성별이어서인지 신타로보다도 친밀한 사이가 되어 있었다. 



"어서 와, 미도리마." 

"늦어서 미안하다는 것이다." 

"별로 기다리지도 않았는걸. 앉아." 


신타로와 마코토가 크게 다르지 않은 관계를 맺고 있는 상대는 아카시 정도였다. 마코토 역시 학년 부회장을 맡고 있었으며, 취미가 장기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기에 그들은 가끔 방과 후 빈 교실에서 대국을 하곤 했다. 


"미도리마에게는 실례가 되는 말이겠지만, 역시 아까워." 


차의 행보를 뚫어져라 응시하던 미도리마는 아카시의 말을 듣고 고개를 들었다. 


"...무슨 말이냐는 거다." 

"여자 중에선 독보적으로 큰 키에, 슛의 정밀도와 기술, 그리고 플레이 센스도 결코 빠지지 않지. 만약 네가 남자였다면, 그래서 남자 농구팀에 들어왔다면 우리 팀은 더욱 완벽해졌을텐데." 

"......" 


미도리마는 아무 대답도 없이 묵묵히 다음 수를 두었다. 그 완벽한 팀을 이미 미도리마는 알고 있었다. 아카시는 포를 움직이며 말을 이었다. 


"여자농구에서는 널 상대할 수 있는 선수가 많지 않지. 거의 없다고 하는 편이 더 맞으려나. 그렇게 승리가 너무나도 당연한 것이 되면, 네가 농구에 흥미를 잃게 되지 않을까 걱정되는걸." 

"그럴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 


그리고 장군이야. 아카시는 부드럽게 웃으며 미도리마의 왕에게 단호한 사형선고를 내렸다. 미도리마는 한참 장기판을 바라보다가 미간을 찌푸리며 패배를 인정했다. 


"...다음번에는 반드시 이기겠다는 게야." 

"기대하고 있을게, 미도리마." 


미도리마는 아카시가 나간 교실에서 혼자 장기말을 정리하다, 얼마 전 있었던 연습시합 후 옷을 갈아입던 아오미네의 시시하다는 표정을 떠올렸다. 한심한 녀석. 미도리마는 가볍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 정도의 작은 승리에 취해 인사를 다하지 않는 녀석은 그 정도 그릇밖에 되지 않는 녀석이란 거다. 승리를 위하여 노력을 하는 것은 인사, 그 노력이 승리로 이어지는가는 천명의 영역이었다. 인사를 다하고 천명을 기다린다. 그것은 신타로일 때든 마코토일 때든 변하지 않는 그의 신조였다. 흩어진 장기말을 제자리에 돌려놓은 뒤, 미도리마는 치맛단을 정리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

고녹파는 K ‏@epeseir  8월 18일

미도리마 신타로가 있는 기적의 세대와, 미도리마 신타로가 없는 기적의 세대.

균열은 그의 존재와 상관없이 일어나고, 벌어졌다.


이렇게 테이코의 붕괴를 정말 '방관자'인 마코토의 입장에서 바라본 미도리마가 쓰고 싶었으나 실력이 부족하여 이만 줄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