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장보살 미도리마와 눈이 나빴던 타카오
고녹파는 K @epeseir 8월 20일
지장보살 미도리마와 꼬꼬마 유딩 타카오부터 시작하는 썰
유딩 타카오는 태어날 때부터 눈이 엄청 안 좋아서 뺑글이 안경을 쓰고 살았음. 잘못하면 실명할지도 모르는 상태라 눈을 치료하려고 유명한 병원이 있는 지역으로 이사를 옴. 아는 사람도 아무도 없는 동네에서 좀 외로워진 타카오는 혼자 여기저기 쏘다니며 산책을 하다가 동네 산어귀에 흰 옷을 입은 초록머리 남자가 앉아있는 걸 발견하고 기운차게 인사를 했음
-안녕하세요! 오늘 이 동네 이사온 타카오 카즈나리에요!
-ㅁ-ㅁ...?내가 보이냐는 거다
-네, 엄청 잘 보여요! 우와 신기해`▽´)*
엄청 높은 도수 안경을 쓰고도 조금 흐릿한 타카오의 시야에, 이상하게 초록색 남자만큼은 UHD 화질로 보는 것처럼 선명하게 느껴졌음. 타카오는 그 반짝반짝한 선명함이 좋아서 매일같이 남자를 보러 오게 됨.
타카오가 놀러올 때마다 남자는 나무에 기대서 자고 있었음.
-`▽´)/아직도 자요? 일어나요! 같이 놀아요!
-ㅁ"-ㅁ또 너냐는 것이다
-근데 형은 왜 맨날 잠만 자요?
-ㅁ-ㅁ...인간으로 치자면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ㅁ´!!
미도리마는 언젠가부터인지는 몰라도 정신을 차려보니 산어귀의 지장보살이었음. 몇백 년을 한 마을에서 지내며 복을 내려주는 보살님에서 공사에 방해되는 돌덩어리가 되었고, 이것도 운명이라는 거다ㅁ-ㅁ하고 사라져가던 찰나에 유딩카오를 만난 거임.
그리고 동네에서 처음으로 친구를 사귄 꼬꼬마의 마음을 헤아려줄 정도로 미도리마는 섬세한 놈이 못됐음. 그래서 타카오가 눈물 뚝뚝 흘리면서 안돼요 죽지 마요 하고 우는 것도 이해를 못함.
-어차피 신이란 건 사람들에게 잊혀지는 순간 사라지는 존재란 게야.
-내가 기억할 테니까! 나 기억력 좋다구요! 절대 안 잊어버릴거야!
미도리마는 이렇게 말하는 애들을 많이 봤음. 순수한 애들은 가끔 파장이 맞아서 그를 볼 수 있는 경우가 있었음. 하지만 금세 새로운 놀잇거리와 또래 친구들을 찾아가고 그는 잊혀지곤 했음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다ㅁ-ㅁ)-3
미도리마는 별다른 기대도 안했음. 그런데 유딩 타카오는 정말로 매일같이 그를 찾아옴. 그것도 손에 늘 뭔가 바리바리 들고서.
-ㅁ-ㅁ? 이건 뭐냐는 게야
-럭키아이템! TV에서 그러는데 가지고 있으면 행운이 온대요! 형아 별자리는 모르지만... 처음 만난게 7월 7일이니까 형아는 게자리인 걸로!
-ㅁ-ㅁ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유딩카오는 매일 바뀌는 럭키아이템과 함께, 자판기에서 손이 닿는 버튼 중에 유일하게 품절이 아닌 오시루코도 같이 가져오곤 했음
매일 유딩카오의 공물(?)을 받으며 미도리마는 조금씩 힘이 돌아옴. 하지만 이 작은 힘도 곧 사라질 거라는 것도 잘 알고 있었음. 미도리마는 자기 옆에 앉아서 조잘조잘 떠드는 타카오를 바라보다 입을 엶.
-타카오, 혹시 원하는 게 있냐는 것이다.
-어...눈이 잘 보이게 되는 거? 뭐든지 형아처럼 반짝반짝하게 잘 보이면 좋겠어요!
-...그렇군.
미도리마는 타카오의 안경을 벗기고 타카오의 눈 위에 손을 덮었음.
-...? 형아?
-이대로 눈을 감고, 뒤돌아보지 말고 큰길까지 나가라는 게야. 그리고..
평소와는 다른 미도리마의 목소리에, 타카오는 홀린 듯이 일어나서 눈을 꾹 감은 채 큰길까지 걸어갔음. 중간에 발치에 채이는 돌뿌리들이 있었지만 휘청거리기만 하고 넘어지진 않았음. 그리고 큰길의 아스팔트가 발에 닿은 순간 타카오는 눈을 떴음.
타카오의 눈 앞에 펼쳐진 건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풍경이었음.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에 별빛이 쏟아지고, 길 건너편 버스 정류장의 벤치 위에 앉은 귀뚜라미가 울고 있었음. 타카오는 한참을 멍하니 서서 그저 그 모든걸 보고 있었음.
모든 것이 너무나도 넓고, 맑고, 선명하게 보이는 생경한 감각이 가져다 주는 놀라움이 가시자 행복함이 밀려왔음.
-진짜 잘보여요..!!
타카오는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가 순간 멈칫했음. 내가 지금 누구한테 말을 건 거지? 약간 멍한 상태로 집으로 돌아가며 타카오는 끝내 자기가 누구에게 말을 걸었던 건지, 심지어는 왜 거기에 있었던 건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았음. 타박타박 걸어가는 타카오의 발걸음 사이로 돌이 파삭 하고 부서지는 소리가 났음.
...그리고 나를 잊으라는 것이다.
이런 고녹이 보고싶네여
그리고 후일담은, 이삿짐 정리하다가 서랍 한구석에서 뺑뺑이 안경을 발견한 타카오가 기억이 확 돌아와서 내가 왜 지금까지 잊어버리고 있었지?! 하고 미도리마와 만난 곳으로 달려갔는데 이미 거기는 다 밀리고 양옥집이 서있어서 허탈하게 웃는다든지
근데 그 양옥집 문이 열리고 어디서 많이 본 초록색 머리를 한 꼬맹이가 빼곰 나온다든가ㅋㅋㅋㅋ
-ㅁ-ㅁ)/ 다녀오겠다는 겁니다
-`△´)?!
-ㅁ3ㅁ)(오시루코 홀짝
-`△´)...
-ㅁ-ㅁ)(토끼인형 꼬옥
-`△´)...!!
-`ㅅ´)...저기 꼬마야
-ㅁ-ㅁ)? 뭐냐는 겁니다
-`△´) 그거 혹시 럭키아이템?
-ㅁ-ㅁ)! 오하아사를 아냐는 겁니다
-`△´)..
-`▽´)wwwwwww!!
-ㅁ-ㅁ);;;?
-`▽´)ww... 오랜만이야, 잘 부탁해!
뭐 이렇게 이어지는 뽕빨스토리ㅋㅋ
나이차는 중1카오 초1리마로 여섯 살 정도 나면 좋겠네요... 모든 능력치 풀로 태어났는데 눈은 타카오에게 줘버려서 안경 없이는 장님된 미도리마라든가 뭐 그런...